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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면서 정보처리기사 박살내는 법

Last update: @4/30/2024

서문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좋다고 해서 취득해보았다. 직장을 다니는 중에 틈틈이 공부했는데 결과가 괜찮았어서 혹시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기록을 남긴다. 본인의 베이스를 기준으로 어떤 식으로 얼만큼 공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감을 잡는 데 작은 기준점이 되기를 바래본다.

정보처리기사의 가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SI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취업 시 이력서에 한 줄 적을 수 있는 작은 장점이 있다. 내용은 사실상 교양에 가까워서 개발 능력과 큰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개발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험이다.
난이도는 해가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코딩 문제 비중과 난이도가 늘며 비전공자의 합격을 걸러내기 위한 기조가 강해지면서 합격률이 많이 떨어졌다. 과거에는 합격률이 꽤 높았기 때문에 지금은 취득하더라도 노력 대비 인정을 받기 힘든 자격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너도 나도 들고 있는 자격증이니 만큼 최소한의 성실성을 어필하기에는 나쁘지 않아보인다.
출처: 큐넷

개발 베이스

내가 시험 당시 가진 개발 관련 베이스는 아래와 같았다.
1.
비전공자 (항해학과)
2.
국비학원 Java 백엔드 과정 수료 (5개월 과정)
3.
만 7개월 현업 개발자. Go, C/C++, Python, Javascript 골고루 사용
4.
프로그래머스 코딩 테스트 약 300문제 풀이 (Java, MySQL)
5.
인프런, 유튜브 등 개발 관련 강의 1,000개 이상 시청
6.
필기와 실기 사이 기간에 공부한 SQLD 지식
7.
그 외 컴퓨터공학, 개발 관련 몇 권의 독서 경험
이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코딩 테스트 풀이와 컴퓨터공학 관련 독서 경험이었다.

투자 시간 및 공부 방법

투자 시간

욕심쟁이인 나는 정보처리기사를 SQLD와 함께 취득했기 때문에 공부 타임라인은 아래와 같았다.
2024.01.28 ~ 2024.02.16: 정보처리기사 필기
2024.02.26 ~ 2024.03.09: SQLD (SQL 개발자)
2024.03.16 ~ 2024.04.26: 정보처리기사 실기
기간으로 따지면 아래 와 같다.
필기 공부 19일 → 휴식 10일 → SQLD 공부 12일 → 휴식 7일 → 실기 공부 41일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 후 30분~1시간 정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3월에 여러 애경사가 겹치면서 공부 기간 중 30% 정도는 아예 공부를 못 하는 날이었다. 회사 일도 열심히 하고, 수영도 안 빼놓고 주 4회 꼬박꼬박 다녔다. 집안일을 끝내고 9시 반에 침대에 누워서 눈이 감길 때까지 30분~1시간 정도 공부를 하다가 잠들곤 했고, 주말에 시간이 나면 2~3시간 정도 할애했다.

공부 방법

나는 개념 서적을 별도로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전자문제집 CBT 사이트에서 기출문제를 받아서 안키(ANKI)라는 플래시카드 프로그램에 넣어 틈틈이 공부했다. 실기의 경우 한 블로그의 복원 문제 및 정답을 활용했다.
플래시카드는 문제와 정답이 앞뒤로 적혀있어, 문제를 보고 스스로 맞혀본 후 정답을 확인하는 공부 도구이다. 안키는 플래시카드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정답을 맞춘 것은 가끔 복습하고, 틀린 것은 자주 복습하게 해주는 알고리즘이 내장되어 있어 단순 암기에 있어 높은 효율을 보여준다.
아래는 맥북에서 안키를 사용한 모습이다. 앞면(위)에는 문제를 넣고, 뒷면(중간 및 아래)에는 정답과 해설을 붙여넣었다. 정답을 보고 체감 난이도에 따라 Again, Hard, Good, Easy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다음 복습 기간이 자동 설정된다.
Again, Hard, Good, Easy 버튼 차례대로 10분 미만, 2일 후, 2.9개월 후, 7.4개월 후 복습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기출을 계속 돌리다 보면 내가 모르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복습하게 되어 극강의 암기 효율을 낼 수 있다.
이 글은 안키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이 안키가 내가 이번 시험을 준비할 때 사용한 핵심 도구였다. 높은 암기 효율도 치트키이지만, 무엇보다 일일 공부 할당량을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예를 들어 정보처리기사가 개정되고 CBT로 바뀌기 전까지 공개된 필기 기출문제는 총 800개다. 만약 10일을 잡고 공부를 한다고 하면 하루에 80개의 새로운 문제를 암기하면 시험장에 들어갈 때 800개를 모두 외운 상태가 된다.
아래는 내 안키 덱(카드 묶음) 목록이다. 새로 등록한 카드(New), 오늘 학습 중인 카드(Learn), 앞으로 복습해야할 카드(Due) 개수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정보처리기사 문제를 800개 등록했고 10일의 기간을 잡아 하루에 80문제씩 외우기로 했다면, 첫째 날에는 New와 Due 카드가 각각 720개, 80개가 될 때까지 공부하면 된다. 다음날은 640 / 160을 만들면 된다. 이런 식으로 시험장에 들어갈 때 0 / 0 / 800을 만들면 끝이다. Learn은 New 개수를 깎으려면 같이 깎아야 하기 때문에 개수를 신경 쓸 필요 없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만 0으로 만들면 된다.
무엇보다 매일 공부 할당량이 명확히 주어지고 카드 개수를 깎는다는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져 동기부여가 잘 됐고(사실 이게 진짜 중요하다), “공부를 더 해야하나?” 라는 불안한 마음 없이 시험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개념서를 줄줄 읽어대는 밑도 끝도 없는 공부법에 비해 방법론적으로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에너지를 암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안키는 스마트폰 앱도 지원하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필기의 경우 위 방법으로 기출문제 정답과 해설만 줄줄 외워도 무방하다. 나는 실기의 경우 단순 정답에 더해서 해당 문제와 관련한 개념을 구글링해서 정답 부분에 붙여넣은 후, 암기 시 해당 개념을 모두 숙지한 것을 기준으로 정답 처리를 했다. 그래서 실기 문제 개수는 필기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아도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고, 하루에 새 카드 10장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정보처리기사는 2020년도 1회부터 시험 내용 자체가 개정되었고, 2022년 3회 필기 부터는 PBT 시험이 CBT 시험으로 대체 되었다. 따라서
필기는 2020년 1회 ~ 2022년 2회까지의 기출문제 800제를 돌렸다. 문제 및 해설은 아래 링크에서 구하자.
안키 덱을 만드는데 2~3시간 정도 소요됐다. 처음에만 조금 고생하면 나머지 시간이 편하다. 나는 감사하게도 회사 동료분이 필기 관련 개념 요약본을 주셔서 한 번 쭉 읽어보고 문제 풀이에 들어갔다. 아마 인터넷에 관련 개념 요약본을 찾아보면 구할 수 있을텐데, 그게 귀찮다면 기출만 돌리고 가도 무난히 합격할 것 같다.
실기는 2020년 1회 ~ 2023년 3회까지의 복원 기출문제 260문제를 돌렸다. 문제는 아래 블로그에서 얻었 다.
해설은 별도로 구글링 해서 구했다. 문제 제목과 내용을 적당히 섞어 치면 구글이 알아서 찾아준다.
위 블로그를 가면 해답이 모두 접혀 있어서 펼치기 힘든데, f12를 눌러 개발자 도구 콘솔을 열어 아래 코드를 붙여넣은 후 엔터를 쳐주면 모두 펼쳐진다.
document.querySelectorAll('.btn-toggle-moreless').forEach(target => { target.click(); })
JavaScript
복사
문제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관련 개념을 찾아 넣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나는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카드를 수정해가며 채워넣었다.
실기 복원 문제는 수제비라는 카페에서도 제공하는 것 같다. 나는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이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시험 전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흥달쌤이라는 분이 라이브 특강을 해주셔서 시청했다. 개념 요약에 얼핏 지나가는 APT라는 단어가 있어서 풀네임만 한 번 찾아봤었는데, 이게 용케 문제로 나와서 한 문제를 건졌다.

시험 후기

필기

필기 신청은 신청 당일 큐넷이 예상대로 터진 후 한참 후에 들어갔으나 자리가 널널해서 신청할 수 있었다. 시험은 컴퓨터로 진행됐는데 체감 상 70%는 기출문제에서 선택지 순서만 바뀌어 나왔고, 20%는 알고 있는 개념 내에서 풀 수 있었다. 약 30분 만에 풀고 나왔다. 답안을 제출하고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필기 문제 중에서도 꽤 여러 문제가 전혀 처음 보는 낯선 개념이었다. 찍어서 맞춘 것들을 감안하면 3문제 정도는 킬러 문항이 나오는 듯 하다. 하지만 800문제를 닦아 돌렸기 때문에 틀려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실기

실기도 역시 큐넷이 터지고 나중에 들어갔지만 자리가 꽤 있어서 무난히 신청했다. 꽤나 꼼꼼히 풀었더니 1시간 정도 소요됐고, 20분을 들여 모든 문제를 검수했다.
더이상 집에 가서 공부해도 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홀가분하다. 생각보다 이 글을 쓰는 게 오래 걸려서 ANKI 사용법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 못해 아쉽지만, 나중에 시간을 내서 간단하게라도 정리해보려 한다.

SQLD

SQLD도 정확히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서 합격했다. 소위 노랭이 책을 사서 사진을 찍은 후, 안키로 옮겨 기출을 돌리면서 관련 개념을 공부했다. 정보처리기사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참고로 노랭이 책에 오류가 많으니 꼭 정오표를 확인해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정오표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